끊임없는 색감 논쟁
색감은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된 이후로 한 번도 종결된 적 없는 논쟁거리다. 많은 색감 예찬론자들은 주로 인물을 촬영하는지, 아니면 풍경을 촬영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를 추천한다. 간혹 특정 브랜드에 대해 동양인의 피부를 시체처럼 표현한다고 해서 비하하는 사례도 있다. 반면, 색감 반대론자들에 의하면 카메라 브랜드별 색감은 선입견일 뿐, 어차피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그 누구도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Raw로 촬영하면 어차피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색감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후자보다는 전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브랜드들 역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색감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마케팅 방법과 실사용자들의 후기에 따라 사람들은 브랜드의 색감을 다르게 인지한다. 이는 예비 수요자들이 카메라를 구매하는 데 실제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색감은 렌즈의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미지센서와 프로세서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미지센서는 렌즈에 입사하는 빛을 3원색으로 필터링해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필터링 프로세스에 따라 색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프로세서는 센서에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색감을 세팅하고 이미지를 완성한다. 카메라 바디 내에서 색감을 설정하는 항목들은 모두 프로세서에 의해 반영되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세서에 따른 색감 차이는 Jpeg로 촬영했을 때만 유의미하다. Raw로 촬영하는 경우, 바디 내 프로세서가 하는 처리를 컴퓨터에서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컨버터를 이용하지 않는 한 Raw 촬영에서 색감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논쟁에 종지부를 찍다
그래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준비했다. 사용한 카메라는 다음과 같다. ‘캐논 EOS 80D + 18-135 / 니콘 D5600 + 18-55 / 소니 a6500 + 16-50 / 후지필름 X-T30 + 18-55’ 주요 브랜드들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APS-C 카메라와 번들급 렌즈의 조합이다. 하루 동안 이 네 카메라들을 들고 다니며 동일한 초점거리와 노출 설정으로 촬영했다. 색감(픽처스타일, 픽처컨트롤, 마이스타일, 필름시뮬레이션)은 모두 기본값으로 설정했다. 색공간은 sRGB, 파일 포맷은 JPEG, 화이트밸런스 역시 색감의 영역이라고 판단해 모두 AWB로 맞추었다. 그렇게 도출한 사진 결과물 샘플은 총 네 가지다. 그런 다음 국내 주요 사진 커뮤니티의 캐논·니콘·소니·후지필름 포럼에서 실사용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제시한 질의 항목은 ‘브랜드 알아맞추기’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고르기’ 두 가지다. 테스트에는 총 48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