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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노하우

플래시 24가지 질문과 해답 - 1
태양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 플래시. 플래시를 사용하다보면 느낄 수 있는 궁금증과 이에 대한 해답들.

렌즈의 상을 정착시키는 데 최초의 성공을 거둔 니엡스는 그의 사진술에 헬리오그라피(Heliography)라는 이름을 붙인다. ‘태양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당시 사진은 태양빛으로 8시간 노출을 주어야 겨우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발명가들은 태양빛 없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플래시 촬영은 그들이 쌓아올린 노력의 정점에 있다. 플래시를 사용하면 어둠 속에서도 피사체의 상을 담아낼 수 있다. 원한다면 금세 흐린 날 잔잔한 태양빛으로 조명 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다. 심지어 태양빛에 근접한 색재현성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진보한 기술인가. 덕분에 오늘날 플래시는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최고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플래시는 과연 전문가의 전유물일까? 분명, 커머셜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그런 수준의 퀄리티를 구현하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일단 시작해보라. 빛을 이해하면 사진은 무조건 좋아진다. 광원의 위치를 옮기고, 방향을 바꾸고, 액세서리를 활용해 광질의 변화를 주면서 빛을 이해하자. 이 기사는 그 과정에 느낄 수 있는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도움말 | 조용훈(광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김성휘(스튜디오 소울케브이 실장)

 

 

Q1 스튜디오 플래시와 카메라에 장착하는 형태는 어떻게 다를까?

보통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플래시는 ‘대형’으로, 카메라에 장착하는 플래시는 ‘소형’으로 분류한다. ‘대형 플래시’는 정밀한 조명 컨트롤과 우수한 품질의 이미지를 얻는 데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상대적으로 광량이 강하고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빛을 확산시키거나 모으는 등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플래시에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모델링램프가 장착되어 촬영하기 전부터 조명이 만들어내는 명암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소형 플래시’는 기동성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일상용으로는 충분한 광량을 표현하고, 전력도 AA건전지 네 개면 충분하다. 카메라에 장착한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각도 조절을 빠르게 할 수 있으며, TTL과 고속동조 등 신속한 촬영과 관련해 다양한 편의기능을 제공한다.

 

 

Q2 셔터속도가 1/200초 이상 안 빨라지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소형 플래시를 사용한다면 고속동조 기능을 켜면 된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용하는 카메라가 포컬플레인 셔터를 채용
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셔터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두개의 막이 차례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선막이 내려가면서 셔터가 열리고, 후막이 내려오면서 셔터가 닫힌다. 그러나 셔터속도가 특정 수치(보통 1/160~1/250초) 이상 빨라지면 선막과 후막이 동시에 내려온다. 셔터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이 둘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그 순간 플래시를 터뜨린다고 상상해보자. 이미지센서의 특정 부분에만 플래시 노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고속동조 기능은 선막과 후막이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 플래시를 빠른 속도로 연속발광시키는 기능이다. 대형 플래시를 사용한다면 사용자가 셔터속도를 낮추는 게 유일한 해결법이다.

 

 

Q3 대형 플래시, 야외 촬영 시 어떻게 전력을 끌어올까?

굳이 어딘가에서 전력을 공급받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먼저 배터리가 내장된 대형 플래시다. 휴대하기 편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다. 단, 광량이 약한 편이고 발광횟수가 떨어진다. 다른 형태는 배터리가 내장된 파워팩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파워팩을 충전하고 이를 대형 플래시와 연결해 사용한다. 높고 균일한 광량을 공급하는 데다 발광횟수도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휴대성이 비교적 떨어지고 가격이 매우 비싸다.

 

 

Q4 다들 중요하다고 말하는 ‘광질’은 어떤 의미일까?

조명용어는 대체로 사전적 의미보다, 현장에서 변형된 표현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광질은 ‘색재현성이나 색온도 등 조명의 성질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애매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광질은 조명의 색과 대비를 말한다. 촬영자가 원하는 조명효과를 얻기 위해 조절할 수 있는 항목들은 크게 광량, 광질, 방향으로 구분된다. 이중에서 광질은 ‘조명의 색(조명이 가지는 파장의 구성, 색온도+색조)’과 ‘조명의 대비(그림자의 경계가 선명한지 부드러운지)’를 결정하는 성질이다. 이는 사진의 주제와 입체감 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숨어있는 캐치라이트 패널을 잡아서 빼면 이런 모습이다.

 

 

Q5 소형 플래시에 내장된 흰색 카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캐치라이트 패널’ 또는 ‘바운스 카드’라고 불리는 부속이다. 평소 플래시 안에 숨겨져 있는 이 패널은 필요에 따라 손으로 빼낼 수 있다. 용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물 근접촬영 시 캐치라이트(눈의 검은자 위 하이라이트)를 만든다. 다른 하나는 바운스 촬영 시 빛의 일부를 전면으로 향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보다 빛이 균일하게 조사되며, 보기 싫은 그림자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두 가지 용도 모두 패널의 크기가 작은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는 보기 힘들다. 상황에 따라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사용하면 된다. 참고로, 캐치라이트 패널 앞에 위치해 있고 똑같이 뺐다 꽂았다 할 수 있는 플라스틱카드는 ‘와이드 패널’이라고 한다. 빛의 조사각을 넓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Q6 플래시 빛의 색상을 바꿀 수는 없을까?

플래시의 색온도는 5500~6000K로 고정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색을 바꾸려면 플래시용 컬러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종종 저렴한 셀로판지를 앞에 대기도 하는데, 간혹 높은 온도에 눌어붙을 위험이 있다. 플래시의 색은 태양빛과 유사한 특성으로 평상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백열등과 같이 특정 광원 아래에서 플래시를 사용하면 색온도 차이에 의해 이미지가 이질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오묘한 느낌의 포트레이트를 연출하거나, 백인을 누렇게 촬영하거나 등의 상황에서 플래시의 색상을 바꿀 수 있겠다.

 

플래시가 닿는 부분의 면적은 셔터스피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ISO800, F5.6, 1/125s, 플래시 발광

ISO800, F5.6, 1/4s, 플래시 발광

 

 

Q7 야외에서 플래시를 사용하니 배경이 너무 어둡게 나온다. 방법이 없을까?

“배경 노출은 셔터속도로, 피사체 노출은 조리개 값으로” 외워두면 편리한 소형플래시 촬영 팁이다. 배경이 어둡게 나온다면 셔터속도를 느리게 하면 된다. 셔터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빠르게 하거나 관계없이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은 찰나다. 즉, 플래시 광량으로 노출이 이루어지는 부분(피사체)은 셔터속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반면, 플래시가 닿지 않는 부분(배경)은 셔터속도와 조리개 값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

 

 

Q8 여러 대의 플래시를 동시에 동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선동조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선동조기는 송신부와 수신부로 이루어져 있다. 송신부는 전파로 ‘플래시를 발광하시오’하고 명령하는 역할을 한다. 수신부는 이 명령을 받아들고 플래시에 전달한다. 따라서 동시 발광하고자 하는 플래시가 3개라면 수신부를 3개 준비해서 각각 하나씩 장착하면 된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먼 거리에서도 교란 없이 정확하게 동조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광동조 방식도 많이 사용된다. 광동조를 지원하는 플래시를 두 개 이상 준비한다. 하나는 마스터 플래시로, 나머지는 슬레이브 플래시로 설정한다. 마스터 플래시가 발광하면, 슬레이브 플래시는 이를 인식해서 발광한다. 동조 거리도 짧고 신호교란도 생기지만 저렴하게 동시 동조시키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유선으로 동조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유리의 보기 싫은 정반사가 함께 촬영된 사진

정반사를 제거하고 난반사로만 촬영한 사진

 

 

Q9 반사가 심한 피사체는 어떻게 촬영하는 것이 좋을까?

피사체의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반사로는 ‘정반사(경면반사)’와 ‘난반사(확산반사)’가 있다. 이 중 사진가의 머리를 아프게하는 것은 정반사다. 피사체 표면에 조명의 모습이 직접 비추어지는 반사로, 강한 하이라이트를 만든다. 반면, 난반사는 확산되며 반사하는 빛으로 부드러운 계조와 균등한 밝기를 만들어낸다. 정반사는 피사체의 표면 질감을 표현할 때 도움을 준다. 특히 유리나 금속, 도자기 등 광택을 가진 피사체의 질감을 표현 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또한 정반사가 만들어내는 강한 하이라이트는 입체감이나 생동감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반사는 종종 방해 요소로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유리액자가 끼워진 그림을 촬영하는데 유리 표면에 불필요한 조명의 반사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직접반사가 만들어지는 각도 영역을 피해 조명을 설치하거나, 검은 천이나 가림판(커터) 등으로 직접반사 되는 각도영역을 찾아 조명을 가리는 방법 등이 있다. 이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 조명과 렌즈에 편광필터를 각각 90°로 설치해 정반사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Q10 스튜디오를 어둡게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자연광을 활용하는 스튜디오가 아니라면 어두운 환경은 필수조건이다. 스튜디오의 핵심은 조명의 통제다. 스튜디오 내의 모든 광원은 사진가가 원하는 대로 위치와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태양빛이 스튜디오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자. 태양빛은 통제할 수 없는 광원이다. 많든 적든 사진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스튜디오는 햇빛이 차단되어야 한다. 촬영할 때는 형광등도 모두 끈다. 사진가는 모델링 램프에 의존한 채 조명효과를 보면서 피사체를 관찰하고 셔터를 누른다. 그 순간 모델링 램프가 꺼지고 완전한 어둠에서 플래시가 발광하게 된다.

 

 

Q11 피사체와 조명의 거리가 달라지면 노출 세팅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역제곱의 법칙을 알아두면 이런 상황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빛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조명이 2배 멀어지면 4배 어두워지고, 3배 멀어지면 9배 어두워진다. 이를 알면 플래시를 이용한 촬영에서도 조명과 피사체 간의 거리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세팅 값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m 거리에서 플래시를 사용하다가 2m로 멀어지면 플래시의 광량은 1/4로 줄어들고 그 결과 사진은 2스톱 어두워진다. 그럼 조리개를 2스톱 열거나, 감도를 2스톱 높이거나, 광량을 4배 강하게 해야 이전과 동일한 노출을 얻을 수 있다.

 

 

Q12 빛을 부드럽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핵심을 빛의 산란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란은 빛의 조사각과 균일도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부드러운 빛을 만드는 데 산란보다 중요한 건 광원의 크기다. 광원이 클수록 그림자까지 골고루 빛이 닿기 때문에 보다 부드러운 빛이 연출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광원을 크게 만들수 있을까. 대형플래시는 소프트박스나 엄브렐러 같은
액세서리를 사용하면 된다. 반면 소형플래시는 벽면이나 천장에 빛을 반사시키는 바운스 촬영을 통해 광원을 크게 만들 수 있다.

 

 

Q13 엄브렐러와 소프트박스 중에서 무엇이 더 효과적일까?

각각 장단점이 있다. 엄브렐러와 소프트박스는 용도가 굉장히 흡사한 액세서리다. 소프트박스는 검정색 박스 앞에 전면이 흰색 천으로 마감되어 있어 광원을 산란시킴과 동시에 크게 만든다. 한편 엄브렐러는 흰·은·금색으로 내부를 마감한 우산에 빛을 반사시켜 광원을 크게 만든다. 보통 광원의 크기는 소프트박스가 더 크다. 또 피사체와 가까이에 위치시킬 수 있어 골고루 부드러운 조명효과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엄브렐러는 소프트박스보다 저렴하며 설치에 소요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방향성이 높아 원하는 부위에 적절히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줄 수 있다. 섬세한 하이라이트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다루기 어려운 액세서리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빛을 만드는 엄브렐러

박이현 기자  2021-07-20 태그 플래시, 광질, 동조, 반사